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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나뭇잎 느끼며 “느리게 걷고 감사하며 숨 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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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웨이브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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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점점 커지는 세상에서 숲이 마음의 평화와 육체적 활력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제인 구달)


숲에는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무언가가 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바닥에 춤추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숲속에 서 있으면 자연과 깊은 연결감이 느껴진다.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새의 울음소리, 발밑에서 나뭇잎이 부서지는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간다. 숲은 우리를 침묵하게 하고 마음을 고요의 세계로 이끈다.


숲은 오랜 세월 동안 피난처이자 치유의 장소로 여겨졌다. 신성한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고대의 현자부터 자연의 길을 따라 위안을 찾는 현대의 등산객에 이르기까지.


그런 점에서 숲은 육체적인 것 이상의 무언가, 즉 정신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촌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넘어 인간의 힐링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이 가을, 단풍이 드는 숲으로 가서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어보자.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이 시간대에 숲으로 가는 게 좋다. 햇빛이 가장 풍부하고 피톤치드 방출이 활발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에 피톤치드 방출량이 최대치에 달한다.


오후 2시 늦어도 3시가 넘으면 숲에서 나오는 게 좋다. 가을에는 해가 짧아 기온이 빠르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숲에서 머물 때만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 휴대전화나 태블릿은 가방 안에 넣어두라. 전원까지 끄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힘들면 무음으로라도 해놓아라.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자연과 온전히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정신적 피로를 더 빨리 해소할 수 있다.


느리게 여유 있게


치유 목적의 숲 방문은 등산과 다르다. 등산은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목표 지점까지 이르기 위해 애쓰는 행위다. 반면 숲 치유는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천천히 산책하며 숲속의 나무와 풀, 꽃들을 즐겨보라.


깊은 호흡


숲에서는 숨이 가쁘지 않게 움직이는 게 좋다. 천천히 걸으며 평소보다 깊은 호흡을 해보라. 깊은 호흡은 몸속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피톤치드와 같은 유익한 물질들을 체내로 흡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가능하면 코로 숨을 쉬라. 깊은 호흡에 신경 써서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숨을 들이마시면 안 된다. 자신이 들이마실 수 있는 호흡의 70% 정도를 마신다고 생각하라.


내쉬는 숨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리고 깊게 숨을 쉬되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쉬면 된다.


숲속 명상


마음에 드는 장소에 앉아 명상하라. 다양한 명상을 할 수 있겠지만 감사 명상을 권한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숲의 구성원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나무를 떠올리고 숨을 내쉬면서 나무에 감사의 인사를 한다. 다음으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풀을 떠올리고 숨을 내쉴 때 풀에 감사 인사를 한다.


이렇게 바위, 냇물, 흙, 바람 등 숲을 이루는 존재들을 떠올리면서 감사 인사를 해보라. 마음이 편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행복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숲길 20분만 걸어도 스트레스 호르몬 크게 낮아져”


과학이 밝힌 ‘숲의 이로움’


과학은 숲이 몸과 마음에 많은 이로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스트레스 감소


2023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2023년 ‘환경심리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속에서 20분간 걸을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21%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 닛폰의과대학 연구팀은 숲길 15분 걷기로 코르티솔 수치가 15.8% 줄었다고 발표했다. 도심 속에서의 산책보다 숲에서의 산책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력 강화


숲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숲 체험을 한 사람의 경우 체내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 활성도가 16.2%에서 22.8%로 증가했다. 또 다른 대표적 면역세포인 T세포도 38.0%에서 39.3%로 늘었다.


닛폰의과대학 한리큉 교수와 일본 삼림총합연구소가 공동연구한 바에 따르면 도시 직장인에게 일정 기간 삼림욕을 시키자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의 활성도가 삼림욕 전 18%에서 첫날 21%, 둘째 날 26%로 높아졌다.


혈압 및 심박수 안정


숲 체험은 혈압을 낮추고 심박수를 안정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산림청이 33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숲에서 혈압이 평균 9.6㎜Hg(수축기)~4.5㎜Hg(확장기) 낮아졌다. 한림대 연구팀이 2011년 발표한 데 따르면, 건강한 20대 성인 남성 14명에게 3박4일 동안 숲에서 명상과 걷기 운동을 시킨 결과 이완기 혈압이 유의하게 긍정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졌다. 또 미국 하버드대학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숲에서의 활동이 혈압을 평균 5㎜Hg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우울증 및 불안 감소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치유의 의과학적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 32건을 분석한 결과, 산림치유 효과가 가장 뛰어난 활동은 걷기로 우울증과 불안증세 완화에 효과를 보였다.


수면의 질 개선


자연환경에서 활동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말에 캠핑을 즐긴 사람들은 평소보다 평균 2.5시간 더 일찍 잠들었고 수면의 질도 개선됐다. 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김혜윤 교수팀은 산림치유가 갱년기 여성의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권복기 건강한겨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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